5prostudio · Astro Ganga
첫 번째 기회는
뜻밖의 작품에서 찾아왔습니다.
관심조차 없던 작품이 5prostudio의 첫 번째 다이캐스트 합금 액션 피규어가 되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아스트로 강가》는 1972년 일본에서 방영된 로봇 애니메이션입니다. 국내에서는 1978년 TBC를 통해 《짱가의 우주전쟁》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으며, 많은 사람에게 ‘우주소년 짱가’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는 어린 시절 이 작품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스트로 강가에 특별한 추억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관심을 가졌던 작품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아스트로 강가가 훗날 5prostudio의 첫 번째 다이캐스트 합금 액션 피규어가 되고, 새로운 길을 열어준 작품이 될 것이라고는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무렵 5prostudio는 국내 여러 게임사의 의뢰를 받아 캐릭터 피규어를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원더페스티벌에도 개러지 키트를 꾸준히 출품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아직 넘어보지 못한 영역이 하나 있었습니다. 개러지 키트나 소량 제작을 넘어, 다이캐스트 합금 액션 피규어를 정식 제품으로 대량생산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일본 작품의 정식 라이선스를 받아 합금 액션 피규어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5prostudio가 쌓아온 작업들을 포트폴리오로 정리해 여러 일본 권리사와 관계자들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저희가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앞으로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를 설명하며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한국 회사가 피규어를 만든다는 사실만으로 신뢰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일부 국내 업체가 일본 작품의 권리를 정식으로 확보하지 않은 채 피규어를 제작했던 사례도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한국 제작사에 대한 일본 권리사들의 인식은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정식 라이선스를 받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해도, 아직 대량생산 경험이 없는 작은 한국 스튜디오에 선뜻 기회를 내어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 거절을 겪던 중, 처음으로 답장을 보내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ICHI의 니시노 사장님이었습니다.
니시노 사장님은 아스트로 강가라면 라이선스를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바라던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 답장은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이 처음으로 열린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망설이지 않고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니시노 사장님을 직접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니시노 사장님의 조건은 간단했습니다. 아스트로 강가를 활용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대신, 계약과 동시에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이었습니다. 판매량에 따라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는 러닝 로열티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저는 기회를 잡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습니다. 조건을 들은 자리에서 바로 수락했고, 계약서를 작성해 도장을 찍고 사용료를 지급하기까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훗날 니시노 사장님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희보다 먼저 아스트로 강가의 라이선스를 문의한 한국 사람들이 몇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협상을 시작하면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거나, 잘 팔리지 않는 작품이니 조건을 낮춰달라는 이야기를 반복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작품을 먼저 찾아와 놓고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가치를 깎으려는 태도에 니시노 사장님은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반면 5prostudio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말만 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작업을 정리한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직접 제작했던 샘플까지 전달하며 저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여드렸습니다. 그렇게 준비해서 찾아온 회사는 저희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니시노 사장님이 제시한 사용료는 저희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큰 금액도 아니었습니다. 제품의 가능성을 믿고 계약을 망설이지 않았던 저희에게는 오히려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만약 일시적인 사용료 대신 판매량에 따른 러닝 로열티 방식으로 계약했다면, 결과적으로 니시노 사장님은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5prostudio의 첫 번째 다이캐스트 합금 액션 피규어, 아스트로 강가의 제작이 시작됐습니다.
완성된 제품은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인기와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은 서로 다른 문제였습니다. 아직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5prostudio가 직접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기에는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많았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 제품을 해외의 고객들에게 어떻게 알리고, 어떤 경로로 전달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뜻밖의 인연이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니시노 사장님의 지인이자 계약 과정에서 통역을 맡아주셨던 이이노 님이었습니다. 현재는 타임리밋을 이끌고 있는 이이노 님은 평소 친분이 있던 메디콤토이에 저희가 만든 아스트로 강가를 소개해주셨습니다.
그 만남은 단순히 하나의 제품을 해외에 유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5prostudio가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고,Next story The Birth of CARBOTIX Coming soon
이후 CARBOTIX라는 이름으로 이어졌습니다.